곤충 바이러스

1. 곤충 바이러스의 연구

   바이러스 중에서도 곤충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00년대부터 그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일찍부터 곤충 바이러스가 연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수의 곤충 바이러스가 광학현미경만으로도 그 관찰이 가능한 봉입체 (occlusion body)라고 불리는 결정체를 형성하여 쉽게 그 실체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숙주로써 곤충은 한 세대가 매우 짧고 체구도 작아서 반복실험이 용이한 점 등 여러 가지 특성으로 인하여 바이러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던 초기에는 곤충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가장 앞서 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연구에 매우 이상적인 실험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곤충 숙주의 배양 세포계가 다른 척추동물계에 비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분석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좀 더 인간과 관련된 척추동물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급진전되어 근래에는 그 연구가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곤충 배양 세포계가 많이 확립되고 곤충 바이러스의 응용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어 매우 높은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 곤충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 - 봉입체

   곤충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생각할 수 있는 봉입체는 단백질성 결정구조물로써 그 안에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가진 바이러스 입자가 함유되어있다. 모든 곤충 바이러스가 봉입체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관찰되는 곤충 바이러스는 거의 봉입체를 형성한다. 곤충 바이러스에 의해 형성되는 봉입체는 바이러스 자신의 유전자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봉입체의 내부는 거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의 병원성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단백질성 구조물질이 차지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그들의 병원성과 관련없는 봉입체를 힘들여 생산하는 이유는 자연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곤충 바이러스의 숙주인 곤충은 자연환경에서 대부분 겨울동안에는 휴면하기 때문에 자연히 바이러스는 증식을 할 수 없게 되고 곤충이 다시 활동할 때까지 혹독한 야외환경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봉입체이다. 봉입체는 상당히 견고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환경 상태에서는 좀처럼 용해되지 않음으로써 바이러스 입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봉입체의 성질은 토양환경에서 수년간 또는 수십년간 바이러스 입자를 안정되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봉입체도 곤충에 섭식되는 경우에는 매우 다른 성질을 보인다. 곤충 중장의 알칼리성 환경과 단백질 분해효소에 대해 봉입체는 쉽게 분해되고 바이러스 입자를 중장내로 방출 시킴으로써 바이러스의 침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와 같이 봉입체는 환경에 따라 다른 성질을 보이는 매우 특이한 구조물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봉입체가 단지 바이러스의 자연환경에서 존속을 위해서만 필요한 존재이고 또한 상당히 많은 양의 단백질이 봉입체를 형성하는데 필요하다는 사실은, 봉입체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다른 유용한 단백질의 유전자로 대체하면 필요로 하는 유용한 단백질을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으며, 이는 결국 매우 획기적인 물질 발현계를 제작하게 하였다.